0 / 100
keyboard_arrow_up
keyboard_arrow_down
keyboard_arrow_left
keyboard_arrow_right

한 개의 페달만으로 주행이 가능할까요?

원페달 드라이빙

자동차의 주 동력원으로 내연기관이 사용된 후 오랜 시간 동안 가속 및 감속을 위한 조작은 페달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변속을 위한 클러치, 감속을 위한 브레이크, 가속을 위한 엑셀러레이터, 이렇게 3개의 페달을 사용합니다.

BMW M5 2013

더 편한 조작을 위한 노력

가속과 감속 시에는 힘을 단계별로 구분하여 페달을 밟아야 하며, 클러치 페달은 변속 기어 조작에 맞춰 정확하게 밟아주어야 하기에 주행 중 3개의 페달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자동차 동력 전달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조작의 어려움을 좀 더 편하게 바꾸기 위한 노력은 자동차가 개발된 초기부터 있어 왔습니다.

자동변속기의 경우 비교적 일찍 1904년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스터트번트(Sturtevant) 형제에 의해 개발되었으나, 북미에서는 실질적으로 1950년대가 되어서야 대중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쯤부터 본격적으로 자동변속기 차량이 대중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 전부터 자동변속기를 수입하여 적용하였습니다. 하지만 1991년 현대자동차의 최초 독자 개발 엔진 알파엔진이 등장하자 일본 미쓰비시 자동변속기에 기반하여 자체 생산 4단 변속기를 탑재하기 시작하였으며, 1998년에는 독자적으로 5단 자동변속기를 설계하기에 이릅니다.

현대 스쿠프 1990

자동변속기차량과 수동변속기차량의 페달에 따른 운동자세 비교 연구에 따르면 자동변속차량에서 수동변속차량보다 운전자의 어깨 및 엉덩이 각도가 더 커졌고, 어깨 각도는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즉, 자동변속기는 변속을 위한 클러치의 페달을 없앰으로써 운전하는 동안 오른손과 왼발을 좀 더 편하게 해줍니다. 결론적으로 조작하는 페달을 줄임으로써 사용자의 조작 경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 보입니다.

자동변속기차량과 수동변속기 차량의 페달에 따른 운전자세 비교 및 감성차이 분석, 전용욱, 유승동, 박범, 2000

전세계 승용 자동차 시장에서 지동변속기 비율은 아직까지 30% 정도이지만 북미 승용차 중 약 96.1%, 우리나라는 99.9%가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출시됩니다. 적어도 북미와 우리나라에서는 자동변속기를 통해 운전자가 보다 편한 주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Automotive Transmission Market Size, Share & Trends Analysis Report By Transmission Type (Manual, Automatic), By Fuel Type (Gasoline, Diesel), By Vehicle Type (Passenger Cars, HCVs), By Region, And Segment Forecasts, 2021 - 2028

하나의 페달과 회생제동

우리나라에서 3개의 페달 중 1개의 페달이 없어지는데 약 30년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최근 2개의 페달 중 1개의 페달을 추가로 없애려는 시도가 계속 있습니다.

원페달 드라이빙은 운전 방법 중의 하나이며 가속 페달만을 이용해 주행을 하는 방법입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기존과 동일하게 속도가 빨라지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마찰력으로 소모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함과 동시에 속도가 줄어듭니다. 이러한 원리로 인해 원페달 드라이빙은 대부분의 전기차에 요구되는 운전 방법입니다.

ONE-PEDAL DRIVE, NISSAN

일반적으로 내연 기관 차량을 개발하던 브랜드에서는 기존 차량 사용자들의 익숙함 경험을 존중하기에 주행 시 이질감으로 느낄 수 있을 법한 회생제동의 강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합니다. 또한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브랜드일수록 기존 내연 기관 차량의 주행 질감을 전기자동차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일부 브랜드에서는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회생제동을 기본값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Porsche Taycan 4S Regenerative Braking Option

그렇지만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의 강화, 전기차 사용자의 주행거리 증가에 대한 강력한 니즈 등으로 전기차에서 회생제동 시스템은 점점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쉐보레 볼트는 L모드로 운행 시 가속 페달 만으로도 일반 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생제동이 강하게 적용이 되었습니다. 또한 볼트에는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작은 패들이 있습니다. 잡아당기면 저항이 두 배로 증가하여 더 많은 에너지를 배터리에 보냅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차량 전체의 제동 성능을 제어할 수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정차를 위해서는 여전히 물리적 브레이크, 즉 브레이크 페달을 사용해야 합니다.

Chevrolet Bolt EV 2020

테슬라는 2020년 모델Y를 출시하면서부터 회생제동의 강도를 설정할 수 없도록 변경되어 가속 페달을 발에서 떼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강하게 적용되어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멈출 수 있습니다. 30km/h 정도의 속도로 주행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3 ~ 4초 만에 속도가 5km/h로 줄어 차가 거의 정지하나 이번에도 급정지를 위해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여전히 사용해야 합니다.

Tesla Model 3 Performance Aluminum Pedals, 2021

닛산 리프(Leaf)에서는 e-Pedal 모드를 지원합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것과 같은 감속력(최대 0.2G)이 발생합니다. 전자 모터 관리 덕분에 e-Pedal 시스템은 내리막길을 이동하는 동안에도 부드러운 자동 감속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e-Pedal 시스템으로 운전자는 90% 이상을 대응할 수 있으나 긴급 상황을 대비하여 더 급격한 정지 기능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하여 표준 브레이크 페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Nissan Leaf e-Pedal

다양한 감속의 방법

몇 가지 차종을 살펴보았을 때 원페달 드라이빙 조작을 통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3개의 페달 중 브레이크 페달 없이 주행이 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에서 현재까지는 1개의 페달만으로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에 여전히 2개의 페달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말 가속 페달만으로 온전한 주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들이 고려되어야 할까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다른 분야를 통해 1개의 페달만으로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조작의 가능성을 찾아보려 합니다.



첫번째는 기관차과 모터사이클의 조작계입니다. 기관차에서는 크게 전기 제동 및 공기 압력 제동 시스템 2가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기 브레이크는 일반적으로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모드 변경에 따라 전기 브레이크 강도가 달라집니다. 전기 브레이크 원리는 차량의 회생제동 시스템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압축된 공기의 힘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공기 압력 제동 시스템은 필요 시 수동으로 운전자의 밸브에 의해 제어됩니다.

기본적으로 브레이크는 손으로 조작하는 밸브 형태로 조작계가 제공되며, 공기 압력 제동 시스템 특성 상 공기압 등 부가 적인 정보가 제공됩니다.

Knorr-Bremse air brake system on a Greek train OSE Class 621

모터사이클은 보통 앞과 뒤, 2개의 브레이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어(뒤) 브레이크는 오른쪽 발판 앞에 있으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발로 밟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은 제동 시 앞 타이어로 무게가 전달되기 때문에 프론트(앞) 브레이크가 더 중요하며, 여기서 70% 이상의 제동력이 발생합니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핸들 바 오른쪽에 있는 핸드 레버를 통해 조작이 가능하며, 갑자기 잡아당길 경우 사고의 위험성이 있어 단계별로 천천히 당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Motocycle Controls Diagram

이러한 형태를 보았을 때 우리는 일반 승용차량에서도 발로 밟는 페달이 아닌 손으로 조작하는 버튼 또는 레버 타입의 수동 브레이크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작 방법을 이미 적용하고 있는 차량이 있습니다. 바로 하반신 장애인들을 위한 운전보조 장치입니다. 하지의 불완전한 기능으로 인해 가속 및 감속 페달을 작동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손으로 작동할 수 있는 보조장치는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레버 하나로 가속 및 감속을 모두 작동시킬 수 있는 Push-pull 핸드콘트롤과 감속, 가속 기능을 분리하여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링을 이용하여 가속을 하고, 따로 분리된 레버를 통해 감속을 하는 Gasring 핸드콘트롤이 있습니다.

Vertical brake lever LF901, KIVI

단순히 손을 얹진 것 만으로는 동작하지 않지만, 지렛대의 구조를 이용하여 최소한의 힘으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설계되어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즉각적인 조작을 지원합니다. 만약 일반 차량에도 브레이크 레버를 적용한다면 이와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두번째는 게임입니다. 시뮬레이션 장르는 디지털 게임이 개발되던 초기부터 제작되던 장르 중 하나였으며, 현실에서의 특정 콘텐츠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요소가 많을수록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생략과 각색을 통해 사용자의 재미 요소를 만들어 냅니다.

그 중에서 “리얼 레이싱 3”는 레이싱 시뮬레이싱 장르의 일반적인 조작에서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바로 자동 가속입니다. 모바일 게임 특성 상 조작이 간편해야 하기에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조작을 브레이크 버튼 1개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조작이 변경되었을 때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차량과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Real Racing 3 Control Option

이러한 시스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앞 차 따라가기, 차로 변경, 교통 신호 등 일반적인 도로 교통 상황에서 게임 시스템과 같이 라이다, 레이더와 같은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감속이 된다면 1개의 페달 만으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주행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자율주행시스템과 결합한다면 평소에는 가속 페달도 사용하지 않는 형태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페달이 없는 미래

사용자 경험 디자인 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기존 경험을 완전히 벗어나 직관적으로 조작 방법을 이해하지 못 하거나 조작하기 위해서 많은 학습을 요구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승용 차량에서 100여년 동안 적용되었던 발을 사용하여 감속하는 조작 방식 대신 앞서 알아봤던 예시처럼 버튼이나 레버 등의 조작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빠르게 작동해야 하는 긴급 제동 상황에서 브레이크 버튼을 찾지 못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발로 급 브레이크를 밟는 기억이 남아 있어, 응급 상황 시 브레이크 페달이 없어 대신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지금 당장 가속 페달과 감속 페달 중 1가지를 없애기에는 기존의 운전자 경험이 강력하여 새로운 조작계로 전환하기에 위험부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이 페달의 기능을 유지하되 보조적인 수단으로 감속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사고의 위험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험을 맛보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롭게 대체할 조작계의 표준이 어떤 것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 페달이 없는 자동차 환경을 꿈꾸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