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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NOMOUS DRIVING UX

신뢰의 문제

J.D. Power 2017 U.S. Tech Choice Study 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기술 개념이 현실화됨에 따라 소비자의 호기심과 수용도가 증가합니다. 그렇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자율 차량 시스템에 대한 기술 오류에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베이비붐 세대와 같은 높은 연령층에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1]

Consumers Fear Technology Failures with Autonomous Vehicles
(https://www.jdpower.com/business/press-releases/jd-power-2017-us-tech-choice-study)

Kaur, Rampersad의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의 신뢰성에 대한 연구에서는 탄소 배출, 교통 체증 및 사고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부터 자율 주행 차량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대중의 신뢰가 이러한 기술 확산의 주요 장벽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를 쌓기 위한 기술의 조건에는 사생활 보호와 보안이 포함됩니다.[2]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우리는 신뢰성을 확보한 기술이 사용자에게 노출될 때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 및 보안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 확보되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우리가 UX의 관점에서 탑승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반복적인 노출입니다. 신뢰는 양적으로 따질 수 있는 가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양에 비례합니다. Festinger, Schachter, Back은 1950년에 간단한 신뢰 현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어느 아파트에 무작위로 배정된 거주자들은 대부분 이사왔을 때 서로 낯선 사이였으나, 일정 시간이 흐른 후 거주자들의 가장 친한 친구는 자신의 이웃집이 되었습니다.[3] 이는 어느 정도까지는 자주 노출이 되면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가까움 효과 (Propinquity Effect)’를 이용하여 신기술을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적용 중인 몇가지 ADAS 인터페이스를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Mercedes-Benz는 2000년대 이 후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시스템에 대한 작동 스위치를 스티어링 휠 왼편에 레버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레버에 대한 동작 방법은 간단한 편이나 스티어링 휠 왼쪽에는 3개나 되는 레버가 존재하며 이들은 각각 방향지시등, 스티어링 휠 열선,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기능을 조작하는데 사용됩니다. 물론 레버의 길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레버의 위치가 익숙해지면 큰 문제가 없으나 조작 방법을 잘 모른다면 고개를 숙여 스티어링 휠 뒤편 레버에 각인된 정보를 유심히 들여다봐야 하는 학습 장벽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주의력이 깊지 않다면 주행 보조 시스템의 작동 방법에 접근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Mercedes-Benz DISTRONIC PLUS

현대기아자동차의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SCC) 활성화 스위치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닿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으며, 필요한 경우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도 스위치 UI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CC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2번의 조작을 해야만 합니다. ‘CRUISE’ 버튼을 누른 후 ‘SET -‘ 레버를 아래로 내려 현재 속도를 유지합니다. 2번의 조작을 해야만 SCC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은 Mercedes-Benz와 비슷하게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KIA Motors Smart Cruise Control

Land Rover의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티어링 휠의 손이 잘 닿는 위치에 버튼을 배치하였고, 기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SET +’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Range Rover Adaptive Cruise Control

위 사례들을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자율주행 관련 기능은 눈에 가장 잘 띄는 곳, 손이 먼저 닿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배치된 기능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자율 주행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시스템 스스로 기술 사용에 대한 제안을 적극적으로 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신기술이 적용되어 있다는 것을 주기적으로 환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두번째는 예측 가능성 보장입니다. 시스템이 판단하는 세부 결정이 사용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경우, 사용자는 시스템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결정이 뒤로 되돌리기 힘든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주행 중에는 도로 및 차로 선택이 이러한 결정에 해당할 것이며, 각각의 선택은 내비게이션의 경로 상에 미리 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Tesla의 오토파일럿 시스템의 경우에는 목적지 이동 중 방향지시등을 켤 경우 차로 변경 전 미리 변경할 차로를 표시하여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Tesla Autopilot

모든 운전자는 각자의 성향이 존재합니다. 좌회전을 위해 미리 차로 변경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차간 거리를 좁게 유지하거나 넓게 유지하는 사람, 돌아가더라도 신호등이 적은 길을 선호하거나 무조건 최단 거리를 선호하는 사람 등 여러 가지의 성향이 존재하며 자신이 스스로 세운 기준에 맞지 않는 경로로 차량이 이동하는 경우 매우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용자도 있습니다. 수동 주행 시 운전자의 패턴이나 감정을 인식하여 데이터를 수집, 운전 성향을 파악하였다가 자율 주행 시 이러한 사용자의 기준을 반영한다면 사용자가 훨씬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자신을 잘 알아주는 시스템에 대해 좀 더 많은 신뢰를 보낼 것입니다.

마지막은 지속적이고 의미있는 응답입니다.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방법 중에 첫번째는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동시에 ‘내가 당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시스템도 동일하게 사용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명령이나 요구에 집중하고,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헬스케어 시스템 도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 시트, 카메라 등을 통해 탑승한 운전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졸음, 심박수 이상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긴급연락을 취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관심과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센서 기술이 발전하게 되어 사용자의 비언어적 표현을 시스템이 인식하여 좀 더 사람에 가까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사용자는 시스템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신뢰할 것입니다.

Facial Emotion Recognition System

공간의 변화

지금까지 자율 주행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고민했었다면 이제는 자율 주행 시스템이 도입된 후 사용자의 경험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완전 자율 주행 시스템이 도입되게 되면 자동차의 가장 주요한 경험인 운전은 더 이상 필수 경험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트 벨트, 에어백 등 안전을 위한 장치들은 여전히 필요하겠지만 시스템이 주행의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을 경우 스티어링 휠, 페달, 각종 레버 등의 장치들은 제거될 수 있습니다. 엔진과 미션, 조향 장치가 사라지게 될 경우 차량 내부는 마치 사무실이나 침실처럼 활용도가 높은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에 앞뒤로 위치 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의자는 회전이 되거나 완전히 접을 수 있기도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F세그먼트에서 볼 수 있었던 쇼퍼 드리븐 (Chauffeur-driven) 차량과 같이 2열이 기본 좌석이 되고, 필요에 따라 1열의 좌석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차량 중앙부에 미션 및 드라이브 샤프트가 지나가는 자리는 평평한 바닥이 되어 차량 내 사용자가 좀 더 쉽게 이동을 할 수 있고, 여분의 공간에는 짐을 두거나 가구를 설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Mercedes-Benz F 015 Luxury in Motion
(https://www.mercedes-benz.com/en/mercedes-benz/innovation/research-vehicle-f-015-luxury-in-motion/)

이케아는 2018년 ’Space on Wheels’ 이라는 자율 주행 기술 컨셉을 선보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자율 주행 기술을 가진 미래가 우리의 일상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는 보여줍니다.

Mercedes-Benz F 015 Luxury in Motion
(https://www.mercedes-benz.com/en/mercedes-benz/innovation/research-vehicle-f-015-luxury-in-motion/)

전통적인 자동차의 제어 장치를 버리고 좌석을 배치하여, 사무실, 호텔, 의료 시설, 개인 극장 등 이동 중에도 개인적인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4]

이러한 자율 주행 차량 공간 설계 시 일반적인 주거 환경과 달리 고려해야 할 점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당연하게도 안전입니다. 사용자의 기호에 맞춰 인테리어가 변경 되더라도 시트나 테이블 등 주요 물품들은 단단히 차량에 고정이 되어 있어야 추가 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휴식이나 업무를 보게 될 공간에는 컵, 스마트폰 등의 개인 물품을 고정하거나 정리할 수 있는 수납 공간의 필요도가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다만 시트의 경우 단순히 편안한 자세를 떠나 안전 벨트 및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사용자를 사고로부터 보호할 수 있습니다.

Adient’s AI18 Autonomous Vehicle seating system concepts
(https://www.adient.com/advancements/ai18)

두번째는 조작계 인터페이스의 변화입니다. 운전자가 직접 주행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를 해야 하였으며,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조작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고려하였습니다. 하지만 차량에 탑승하는 모두가 승객이 된다면 디스플레이가 반드시 전방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시트의 물리적 이동 범위가 넓어지고 좀 더 다양한 자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항상 정자세로 앉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디스플레이 조작 시 물리 버튼 및 스크린 터치를 떠나 음성 명령, 에어 제스처 등 좀 더 도전적인 형태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Hyundai Mobis M-VISION, CES 2019

세번째는 차량 사용자 간 정보의 분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기존 차량에서는 차량의 주인은 대부분 운전자였으며, 운전자가 차량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가졌습니다. 그렇기에 연락처, 메시지, 메일 등 민감한 개인 정보는 운전자 중심으로 관리가 되고 있었으며, 사실상 다른 사용자에 대한 배려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등장하고 이동, 휴식,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이 될 경우 가족 구성원 등 다른 사용자가 차량의 기능을 사용할 때 서로의 개인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프로필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더불어 각 좌석마다 독립적으로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는 시스템과 함께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확보가 된다면 다 같이 이동하더라도 각자 자신이 원하는 취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Individual Sound Zones by HARMAN
(https://www.individualsoundzones.com)

자율 주행 차량은 단순히 차량의 내부만 아니라 사회적 공간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모든 차량이 연결된 상태에서 자율 주행이 이뤄지면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간격으로 주행이 가능합니다. 특히 트럭과 같은 경우는 군집 주행(platooning) 시 공기저항이 적어져 연료도 최대 15% 적게 소모합니다. 차량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면 도로 수용량이 증가합니다. 또한 사람들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발생하는 전방 부주의, 잦은 차로 변경, 신호 위반, 끼어들기, 꼬리 물기 등의 행위가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정체 및 교통사고가 감소할 것입니다.

면역력이 있는 다수의 개체가 모여 있는 집단에서는 감염의 사슬이 붕괴되어 질병의 확산을 막거나 느리게 만드는 현상을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라 부릅니다.[5] 시스템에 의해 통제가 되는 자율 주행 차량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면 집단 면역과 같이 어느 순간 교통사고의 확률이 극적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이 흐름이 진행될 수록 도시는 점점 더 안전해질 것이며 그 결과로 사회의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입니다.

Hyundai Mobis M-VISION, CES 2019

공유 경제

개인이 소유한 집, 자동차, 시간 등을 다른 개인에게 임대하거나 공유하는 것을 공유경제라 부릅니다.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와 같은 공유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이러한 서비스는 거래 비용으로 수익을 내며 급격하게 성장하여, 비정규직화, 열악한 노동환경, 낮은 임금체계 등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원래 의미의 공유 경제는 탈자본주의적 성격을 가집니다. 상업 경제(Commercial Economy)의 대척점으로서 문화에 대한 접근이 가격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사회적 관계의 복잡한 조합에 의해 규정되는 경제 양식을 의미합니다.[6] 자발적으로 개인들이 비금전적 동기에 따라 자유롭게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이 공유 경제가 그리는 미래입니다. GNU/리눅스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1,2급 장애인 200명당 1대의 장애인콜택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는 특별교통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자로 3급 이상의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을 포함합니다. 우리나라 총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12.8%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 6백5십만 명입니다. 통계청은 고령화 인구(65세 이상) 비율이 2065년에 4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콜택시는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어서 이용거리와 이용사유, 운행시간 등을 고려하여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개인 자동차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1대당 평균 일일 운행시간은 주중이 60.78분, 주말은 45.80분으로써 통합 1시간이 채 되지 않습니다.[7] 이 말은 대부분의 차량은 주차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렇게 비어 있는 시간대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율 주행 차량은 사람의 추가적인 노동력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사회적 공익을 위해 공유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일 수 있습니다. 정부 또는 자치단체의 주도하에 개인 차량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교통수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자율 주행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면 좀 더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A blind man in self-driving car, Google’s Waymo

자율주행자동차는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라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우리는 사용자 경험 설계 시 이러한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도시와 교통 시스템

도시의 목적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가 과밀화되어 무분별하게 성장하게 되면 교외 지역으로 도시가 확산됩니다. 결과적으로 편의 시설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교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낭비와 환경파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환경과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건물 하나의 설계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역 사회 전체를 설계해야 합니다.“ “자동차 사용을 지향하는 도시 환경의 문제점은 달리 대책이 없고 자동차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라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남용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기후가 악화되고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며 지역사회의 교통이 혼잡해질 뿐 아니라 사람들이 낭비하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뉴 어버니즘(New urbanism) 운동을 이끌었던 피터 칼소프(Peter Calthorpe)는 위와 같이 말하며, 일과 주거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집합형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8] 하지만 모든 도시들이 이러한 계획에 따라 발전하지는 않았으며, 기존의 도시를 이상적인 설계에 맞춰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 자율 주행 차량이 상용화 된다면 위에서 언급했던 에너지 및 시간 낭비, 환경 오염 등의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해 줄 수도 있습니다. 칼소프는 기본적으로 도시의 핵심은 도심에 밀집시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게 하고 효율적인 대중교통망 주변으로 구획을 확장하고자 하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공유 경제의 한 축으로 자율 주행 차량이 자리 잡게 된다면 대중 교통과 개인 교통의 경계를 점차 모호해 질 것이며, 이는 전반적인 교통의 효율의 높여줄 것입니다.

많은 국가에서는 밀집된 도시에서 혼잡한 교통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자 지능형 교통 체계(ITS,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첨단교통모델도시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GPS, 차량 관제 시스템(FMS), 차량 항법 장치, 텔레매틱스, 전자요금징수시스템(ETCS), 스마트카드 등의 시스템을 접목하여 교통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통의 효율성과 안정성 향상을 꾀하고 있습니다.[9] 이러한 ITS에서 자율 주행 차량은 마지막 퍼즐이 될 것입니다.

National Transport System Efficiency Act, MOLIT, Korea

도시 외곽에 살고 있으며, 도시 중심부에 직장이 있는 A씨는 출근 준비가 끝나기 직전, 자신의 차량을 호출합니다. 현관 문을 나서자 공용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 “애니”를 만납니다. 애니에 탄 A씨는 아침 회의에 논의할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검토가 끝난 후 도착 전까지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였습니다. 직장까지 약 1시간 30분이 걸리지만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편안한 시트에서 휴식을 취한 A씨는 체력을 충분히 회복합니다.

Storyboarding services and systems by LISN DESIGN

A씨는 직장이 있는 건물 앞에서 내린 후 오후에 있는 거래처 미팅을 위해 일정을 예약해 둡니다. 애니는 A씨의 오후 일정 시간에 맞춰 비어 있는 동안 주변을 이동하며 택시의 역할을 합니다. 그 날 저녁 A씨는 애니가 무인 택시로 벌어들인 수입이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것을 확인합니다.

방금 언급한 예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여러분의 앞에 찾아올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혼잡 시간대의 정체된 차량은 운전자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며, 도시 전체의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하지만 운전을 하지 않으며 개인의 공간으로서 자율 주행 차량을 이용하게 될 경우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더라도 지금보다 만족스런 경험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편안한 시트와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고, 외부와 차단되어 있지만 빠른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이 가능한 차량 내부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공간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맞춤 동영상, SNS, 음악, 게임 등의 콘텐츠는 닫힌 공간 내에서 굉장한 몰입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면 사용자는 목적지 도착 전 알림 이 외에 주행에 관련된 정보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National Transport System Efficiency Act, MOLIT, Korea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 주행과 관련하여 저마다의 시스템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적용 범위는 단순히 자가용이 아닌 화물, 대중 교통 등의 산업 분야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율 주행 차량에서 자유롭게 콘텐츠를 즐기려면 콘텐츠 생산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콘텐츠를 직접 서비스하기 보다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기존 플랫폼 강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율 주행 시스템은 차량 운영체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연기관보다 간단한 구조를 가진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은 자율 주행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표준 운영체제를 도입할 수 도 있습니다. 아니면 자체 개발한 차제와 운영체제를 결합하여 꾸준한 업데이트와 완성도를 강점으로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방법이 유리할 지는 모르나 이러한 운영체제가 탑재된 차량이 높은 판매량을 보인다면 해당 플랫폼은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공적인 플랫폼화를 위해서는 앱 생태계 구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기존에는 인하우스에서 모두 개발하거나 1차 협력사와의 기술 용역을 통해 클러스터나 AVNT를 개발하였으나 플랫폼으로 구성이 되면 관련 개발을 위한 툴이나 API가 제공이 되어 제3자가 쉽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앱은 ESD(Electronic Soft ware Distribution)를 통해 원할히 사용자에게 공급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앱 생태계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연 판매량 1,000만대를 넘는 상위 자동차 제조사의 경우 판매되는 차량의 라인업은 상용 자동차를 제외하더라도 세단, 해치백, CUV, SUV, RV 등 종류별로 십수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많은 제조사의 엔진 및 섀시의 종류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1개의 섀시를 개발 후 휠베이스를 늘리거나 차폭을 넓히거나 좁혀 여러 세그먼트에 적용하는 형태입니다.[10]

The Modular Transverse Matrix platform (MQB), Volkswagen

또한 예전에는 차종 별로 내부 인테리어가 달랐지만 기존 아날로그 계기판에서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점차 전환이 되면서 세그먼트 별 구분보다는 점차 통일된 UX를 구성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MBUX 같은 경우 사양에 따른 일부 기능 제거를 제외하고 A Class 시리즈부터 S Class 시리즈까지 동일한 인포테인먼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11]

Mercedes-Benz A-Class Infotainment

플랫폼화가 좀 더 진행이 되면 이러한 차량 표준화는 점점 더 가속화가 진행될 것이며, 인포테인먼트의 사용자 경험 설계도 이러한 표준화를 거쳐 다양한 차종에 적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래의 삶

지금까지 자율 주행에 대한 개념 및 시스템, 그리고 예상되는 사용자 경험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에서 말한 내용들이 지금 당장 실현 되기에는 인프라, 법규, 사람들의 인식 등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는 변화는 급물살을 타며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자율 주행에 대한 사용자 경험 설계가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다른 누군가와 논의를 함으로써 자율 주행이 더 이상 낯선 경험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자율 주행 기술은 단순히 자동차의 기술 발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삶의 총체적 변화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1] 2017 U.S. Tech Choice Study

[2] Trust in driverless cars: Investigating key factors influencing the adoption of driverless cars, K Kaur, G Rampersad, 2018

[3] Festinger, L., Schachter, S., Back, K., (1950) "The Spatial Ecology of Group Formation", in L. Festinger, S. Schachter, & K. Back (eds.), Social Pressure in Informal Groups, 1950. Chapter 4.

[4] https://space10.io/project/spaces-on-wheels-exploring-a-driverless-future/

[5] https://en.wikipedia.org/wiki/Herd_immunity

[6] Lessig, Lawrence.(2008). Remix. Bloomsbury Academic.

[7] 2013년 자동차이용실태조사, 국가교통 DB

[8] https://brunch.co.kr/@ngm-k/132

[9] https://www.its.go.kr

[10] https://www.volkswagen.co.in/en/innovations/modular-transverse-matrix.html
[출처] 자율 주행 자동차 UX 이론 - 2편|작성자 UX DESIGN